한 방 콤보의 시대 — 죽음불꽃 손아귀와 AP 미드
왜 그 시절 AP 암살자의 빌드는 전부 같은 아이템으로 시작했는지, 그리고 그 아이템이 왜 결국 사라져야 했는지.
모든 콤보의 시작 버튼
죽음불꽃 손아귀 — 줄여서 '죽불'. 사용 효과로 대상 최대 체력에 비례한 마법 피해를 넣고, 이후 몇 초간 그 대상이 받는 마법 피해를 20% 증폭시키는 사용형 아이템이다. 순서가 핵심이다. 죽불을 먼저 누르고 콤보를 넣으면 뒤따르는 모든 스킬이 증폭을 받는다. 그래서 그 시절 미드 암살자의 킬각 계산은 언제나 '죽불 쿨 돌았나'에서 시작했다.
아리가 매혹을 맞히면 죽불-구슬-여우불이 한 호흡에 들어갔고, 르블랑과 베이가의 손에서는 점멸조차 뽑아내지 못하는 즉사 콤보가 나왔다. 스킬 몇 개를 얼마나 잘 맞히느냐보다, 첫 아이템 클릭 하나가 킬각의 절반을 결정하던 시대였다.
누가 가장 잘 썼나
죽불의 단골은 명확했다. 점사 대상이 정해져 있는 챔피언들 — 아리, 르블랑, 베이가, 피즈, 아칼리. 특히 증폭을 받은 베이가의 원기옥은 탱커조차 지워버렸고, 피즈의 미끼-작살 콤보에 죽불이 얹히면 원딜은 화면에서 사라졌다.
반대로 이 아이템은 지속딜 메이지에게는 효율이 떨어졌다. 카서스나 카사딘처럼 여러 번 두들기는 챔피언보다, 한 번에 전부 쏟아붓는 챔피언일수록 강했다. 아이템 하나가 미드 챔피언 풀의 성격 자체를 '한 방' 쪽으로 끌어당긴 셈이다.
왜 사라져야 했나
'스킬을 맞히기도 전에 승부가 정해진다'는 비판은 죽불을 계속 따라다녔다. 결국 이 아이템은 훗날(패치 5.2) 게임에서 완전히 삭제된다. 라이엇이 아이템을 통째로 지운 몇 안 되는 사례로, '사용 효과 하나가 챔피언 밸런스를 지배하면 안 된다'는 원칙이 남았다.
이 아카이브의 아이템 도감에는 그 시절 죽불이 그대로 남아 있다. 어떤 스탯과 사용 효과였는지, 어떤 챔피언들이 이 아이템을 코어로 갔는지 — 직접 확인해 보시길.